대선 후보로 출마한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고향인 경북 안동의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하여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의 정부 수립 단계와 달라서 친일 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은가"라고 발언한 가운데 '미 점령군'이라는 말이 문제가 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역사의 관점이 다른 여러 언론과 정치인들의 입장도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그럼 점령군이니 주둔군이니 하는 여러 단어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점령군 占領軍, Occupation Troops
점령군은 지역내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항복 또는 휴전 조항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점령한 적 영토 내에서 실질적인 통제를 하는 군대 [출처 - 군사용어사전]
주둔군 駐屯軍
한 지역에 일시적으로 머물러 있는 군대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해방군 解放軍
구속이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 군대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동맹군 同盟軍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하여 서로 동맹을 맺고 결성한 군대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점령군'으로 보는 입장
2021년 7월 8일 오마이뉴스에 기재된 이길상씨(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의 기고문에 적힌 자료에 의하면, 1945년 8월 15일 일왕의 항복선언, 그리고 9월 2일에는 항복문서에 서명, 이어 9월 7일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태평양 사령관 이름으로 '조선 주민에 포고함'이라는 제목의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되는데, 포고령 제1조에는 "항복문서의 조항에 의거해 본관 휘하의 군대는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지역을 점령함"이라고 명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날 발표된 포고령 제2호는 "점령군의 보존을 도모하고 점령지역의 공중치안,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점령군의 목적이며 이를 위반하거나 적대 행위를 하는 자는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할 것을 준엄하게 알렸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즉 미군 스스로가 자신을 점령군(occuppying force)으로, 그리고 자신들이 지배할 곳을 점령지(occupied area)로 불렀는데 조선 사람들은 이들을 해방군이라고 오해하였다는 내용이다.
이어서 "미군과 소련군의 한반도 분할 점령을 해방으로 보는 그릇된 시각을 만들어낸 것은 종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이타적 국가라는 착각, 이들이 한반도를 군사적으로 점령한 게 불가피했다는 착각, 이들의 점령이 선의의 결과였다는 남쪽의 친미 정치인들-북쪽의 친소 정치인들이 갖고 있던 착각의 결과였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1944년 5월 22일 자에 발표된 미국의 대외관계심의위(Council on Foreign Relations)가 수행한 한국 정책보고서 'The Problem of Constituting an Independent Political Regime in Korea(한국의 독립 정치 체제 구축 문제)'에 의하면, 미국과 연합국들이 종전 1년 3개월 이전부터 한반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고 그 보고서에는 "한국에 어떤 형태의 독립정부도 세워져서는 안 되며, 한반도는 전후 일본 관리의 목적을 위해 군사 지대화시켜야 한다"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길상씨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고 또한 모든 역사적 기록이 점령군이라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친미적 성향은 오해와 무식의 결과라는 내용이다.
아무튼 이재명 지사는 2017년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 매국세력의 아버지"라고 발언한 적이 있고 당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찾아가서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에만 참배하였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아 이 지사의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 하여 건국한 것이 대한민국이다라는 생각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자료에 의하면 남한과 북한의 초대 내각의 주요 인사들의 배경에서 대한민국은 독립투사들이 즐비하고 북한이 오히려 친일파 출신들이 많았던 것을 볼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역사관 비난
이러한 이재명 지사의 발언으로 여러 각개 인사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였는데 먼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의 발언이 경솔하였다고 하면서, 미군이 최초로 한반도에 상륙할 당시에는 점령군이 맞았으나, 그 후로는 주둔군으로 성격이 바뀌었고 지금은 엄연히 동맹군이라는 것이다. 즉 해방 직후의 상황을 가지고 지금까지 그와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동맹군'에 대한 이적행위라는 것.
그리고 야권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셀프 역사 왜곡은 절대 용납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대한민국이 수치스럽고 더러운 탄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라고 하며 "국정을 장악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다음 정권까지 노리는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냐?" 꼬집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국민의 분열을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고자 하는 매우 얄팍한 술수다. 민주당은 분열의 길을 미래로 삼을 것인지 갈수록 궁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 지사에 대해 "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지금 경기지사까지 되었다는 것도 참 기가 막히다"면서, "만약 대한민국 건국이 잘못되었다면 여기에서 대통령 하려고 하지 말고 지리산 빨치산에 들어가던지 자신이 생각하는 억강부약의 대동세상,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북한으로 망명하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와 여당의 조야한 역사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하며, "미군은 일본군과의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한 뒤에 한반도 남반부를 군사적으로 점령하여 군정을 폈고 여기에 미군 점령이 잘못된 것은 없다" 라고 하며 "한반도는 일본 식민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무장해제를 위해서 점령을 하였던것" 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국내총생산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을 두고 아직도 국가 자체의 기본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역사 퇴행적"이라고 했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 논쟁으로 세월을 보낼 시기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오히려 코로나 19 이후에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생산적인 논쟁을 펼쳐야 한다"라고 했다.
'미 점령군'이라는 말 하나가 거의 모든 포털을 장식하면서 이슈화되고 또 그만큼 중요한 이유는, 이 말이 안겨다 주는 국민적 파장 즉 어쩔수 없이 찬반으로 나뉘는 역사인식, 이데올로기적 갈등, 이념 논쟁 그리고 그 인식이 베이스가 된 지지층들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이끌 주역들을 선택하게 할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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