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함께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과 청와대 특수활동비가 비공개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이를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떳떳하다면 공개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2022년 3월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와대 의상 · 구두 등 특활비 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떳떳하다면 공개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법원 판결에도 청와대 특활비를 공개하라고 나왔는데 청와대 측이 왜 항소하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밝힐 게 있으면 정정당당하게 밝히면 되고, 잘못된 게 있으면 고쳐나가는 게 공정사회 아닌가"라고 했다.
청원인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 시절 임기 내에 의상 및 특활비에 7억원이 사용됐다고 한다. 당시에 잘못된 것이라고 현 집권당(더불어민주당)에서 추궁했다"면서 "그때 지적했던 분들이 왜 지금은 특활비 공개에 떳떳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 담당 비서관이나 부처 장·차관 등이 공식 견해를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5일에도 '청와대는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씨 옷값 등 의전 비용 가격을 국민들에게 즉각 공개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비슷한 청원이 올라왔었다.
문 정부는 공정한 나라를 모토로 한 만큼 투명성을 증명하라
청원인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투명성은 이전 정권과 그다지 나아진 게 없는 상황으로, 업무추진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대통령 부인의 옷 구입에 국민 세금이 지원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국가 신뢰와 민주주의 근간이며 국민의 알 권리"라고 적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11월 특수활동비를 마땅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법원이 특수활동비 내역 등을 공개하라고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청와대가 항소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 기록관으로 자료가 넘어가며 비공개로 전환된다. 정부는 공정한 나라를 모토로 했던 만큼 마지막까지 김정숙 씨의 의전비를 공개함으로 투명성을 증명하다"고 촉구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2일 청와대 특활비와 김정숙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6월 청와대에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특활비 지출 내용에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대통령비서실에 편성된 특활비에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내용이 포함됐고, 세부 지출내역에 국가안보 관련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
이에 한국납세자연맹은 2019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정상규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와 외국 정부, 공무원과 관련한 사항 등을 제외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부 업체명이나 계좌번호 등의 정보가 포함돼 있지만, 원고 스스로 개인정보를 공개 청구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이를 제외한 부분은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입찰 계약 등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대통령 비서실이 항소함에 따라,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사건을 접수할 예정이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 임기가 곧 종료되는 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관련 자료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 기록물로 정해지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동안 비공개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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